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제 인생 처음으로 유럽여행 떠나는 날입니다. 과연 처음일지 아니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여행일지 궁금하네요.

해외여행은 일본밖에 안 가봤는데 그다음 여행이 바로 10시간 넘게 비행하는 유럽이라서 설렘 반 두려움 반이었습니다.

여행기간은 한달이었고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여행인데 계속 잘 버틸 수 있을까 안전하게 잘 끝낼 수 있을까 많은 불안감이 있었습니다.

진짜 예쁜 나라지만 위험하다는 얘기를 많이 봐서 귀중품 잘 챙겨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.

그리고 국가 이동을 하는 날에 혹시라도 버스나 기차 예매를 잘못했을까 봐 예매내역만 10번 정도 재확인했어요.

가기 전에 준비하면서도 설레고 두렵고 가고 싶다가도 가기 싫어지기도 하고 하루에도 열두번씩 기분이 바뀌어요.

장기여행 준비하다가 지치는 기분 다들 아시나요.

준비해야 할 것들이 되게 많아요. 특히 자유여행은 하나부터 열까지 다 직접 해야 하기 때문에 기차 하나 예약하는 것도 블로그 다 찾아서 따라 하고 그랬습니다.

지금 생각해보면 그걸 어떻게 했지 싶으면서도 다음에 가면 더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

3월초에 갔던 여행이고 완전 비수 기였어서 그런지 운 좋게 아시아나 항공 직항으로 1인당 75만 원으로 구매했습니다.

주변 사람들 다 못 믿는 눈치여서 더 뿌듯했어요.

항상 저가항공만 타다가 큰 회사 비행기 타려니까 적응 안됐고 은근 기대하면서 탔습니다.

그리고 기내식을 주는 비행기라서 더 설렜습니다. 기내식 처음 먹어봐서 기대했어요.

 

공항은 항상 사람이 많으니까 3시간 정도 일찍 갔는데 3월이어서 그런가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.

줄도 안서고 바로 수속하고 유심칩 수령하고 면세품 받고 이것저것 했는데도 두 시간 남았었어요.

그래서 탑승구 앞에서 무한 대기 하다가 드디어 들어갔습니다.

아무것도 안하는게 이렇게 괴로운 일인지 몰랐습니다.

 

8871km가 어느정도인지 가늠도 안됐어요. 그래서 더 막막했습니다.

영화랑 드라마 예능 가요 등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딱히 내 취향은 없어서 그냥 [im live] 틀어서 가수들 노래 부르는 영상 봤습니다. 정승환 편 엄청 봤어요.

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을 한국에서 안봤으면 여기서 다 봤을 텐데 한국에서 다 보고 와서 볼 드라마가 없었습니다.

핸드폰에 담아온 드라마는 보다가 갑자기 오류나서 안 뜨고 그래서 지루하게 비행했어요.

결국 졸리지도 않은데 억지로 자다가 기내식 준다고 하길래 깨서 밥 먹었습니다.

 

처음 나눠주는 기내식은 한식이랑 양식이랑 고르는데 저는 무조건 한식 파여서 한식 (쌈밥) 선택합니다.

예전에 기내식 정보 찾아보다가 사람들이 다 무조건 쌈밥 먹으라고 한 글이 생각나서 쌈밥 선택했는데

왜 그렇게 먹으라고 했는지 알 거 같았어요.

진짜 최고예요. 너무 맛있었습니다.

저 된장국도 맛있고 쌈도 맛있고 특히 저 쌈에 고추 싸서 먹으면 환상적,.. 고추가 몇 개 안 들어있어서 너무나 아쉬웠지만 그래도 만족했어요.

밥 양도 적어 보이는데 먹다 보면 딱 적당한 양이예요.

이거 먹고 멍 때리다가 예능 조금 보다가 재미없어서 끄고 또 잤습니다.

멜론에서 음악 다운로드했어서 엄청나게 지루하지는 않았으나 계속 자니까 너무 힘들었고 노래 많이 들어서 귀도 아프고 허리 아프고 장난 아니었어요.

이때 아 꼭 돈 많이 벌어서 비즈니스 타야겠다는 생각만 계속했습니다.

뒤에 사람 있어서 의자도 뒤로 못하고 그냥 쭈그리고 잠만 잤어요.

한 2시간 잔 기분인데 막상 시간 보면 20분 지나있고 잠도 안 오고 힘들었습니다.

겨우겨우 버티다가 내리기 1~2시간 전에 또 기내식 준다고 해서 테이블 펴고 준비했어요.

아 중간에 치킨 브리또 간식으로 하나 주는데 그거 진짜 맛있습니다.

이번에는 김치볶음밥 골랐는데 구성은 빵, 버터, 샐러드입니다.

개인적으로 이건 그냥 그랬어요. 먹을만한 정도? 맛있지는 않았고 저 브라우니가 진짜 맛있었어요!! 근데 밥 먹고 먹으니까 배불러서 잘 안 들어가더라고요.

브라우니를 먼저 먹었어야 했는데 아쉽네요.

기내식 먹고 조금 버티다 보니까 드디어 런던 히드로 공항 도착했습니다.

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랍니다.

입국심사, 짐 찾기, 숙소 찾기 아직 많은 미션들이 남아있어요.

요약해서 말하자면 제가 갔을 때는 입국심사 되게 간단했습니다.

물론 그거 기다리는 줄이 길어서 지치고 내 앞쪽에서 입국심사가 길어지면 그저 답답함에 가슴만 치고 전 비수기에 갔는데도 그렇게 줄이 길었는데 성수기에는 얼마나 길지 상상도 하기 싫어요.

올해인가 내년인가부터 자동입국심사로 바뀐다고 하던데 너무 좋은 소식입니다.

 

[입국심사]

-저는 언니랑 둘이 갔고 둘 다 영어 잘하는 편 아닙니다.

그래서 겁먹고 "일단 어리바리하게 있으면 짧게 하고 넘어간다니까 그렇게 하자" 다짐하고 갔는데 엥? 너무 알아듣기 쉽게 얘기해줘요.

그리고 가자마자 런던에서 떠나는 기차 티켓이랑 호텔 바우처 출력한 거 왕복항공권 등등 그냥 다 보여줌ㅋㅋㅋㅋㅋ

불법체류 가능성이 없다는 걸 어필하려고요.

일단 입국심사 내용

직원:영어 할 줄 아냐.

나:조금 할 줄 안다.

직원:둘이 친구냐.

나:아니다 자매다.

직원:런던 다음에 어디 가냐.

나:런던 다음에 파리 감.

-끝- 너무 간단해요. 영어 잘하면 오히려 더 자세하고 길게 물어본다고 하네요.

그냥 못하는 척하고 짧게 받고 가는 게 나을 거 같아요. 저는 못하는 척 아니고 진짜 못해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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